Violtown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 가사 없이 닿는 노래
dev_jy
2026. 6. 5. 00:07
말이 줄어든 곳에 음악이 먼저 다가서는 순간이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Vocalise)」는 그 순간에 자주 호명되는 곡입니다.
보칼리제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1912년에 완성한 14곡의 가곡집 Op.34의 마지막 곡, Op.34-14입니다. 본래 소프라노와 피아노를 위한 콘서트 보컬리제로, 가사 없이 모음 하나만으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헌정 상대는 러시아의 소프라노 안토니나 네즈다노바. 이후 첼로와 피아노, 현악 앙상블, 관현악 등 다양한 편성으로 편곡되어 지금도 폭넓게 연주되고 있습니다.
가사가 비어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그 자리에 얇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잃은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하지 못한 인사가 떠오르는 식입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 묵묵한 헌신을 떠올릴 때 이 곡이 자주 호명되는 이유도 그 비어 있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올타운은 위로 시리즈의 일부 회차에서 현악 편성으로 보칼리제를 다룹니다. 의료진이나 돌봄 종사자처럼 말이 줄어든 환경에서 머무는 분들을 위한 짧은 마무리 곡으로 자주 씁니다. ITDA Project의 음악선물 프로젝트에서도, 처음 클래식을 접하는 분이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을 만큼 친근하면서도 절제된 곡입니다.
가사 없이 흐르는 한 줄의 선율이, 오늘 누군가의 침묵 옆에 머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