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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하면서 듣는다는 일 — 체임버 앙상블의 기본
dev_jy
2026. 6. 15. 09:11
연습실에 모이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연주가 아닙니다. 가만히 앉아 서로의 소리를 듣는 일이에요.

체임버 앙상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정확한 음, 호흡, 균형, 표현 — 모두 맞는 답이지만, 우리 멤버들끼리는 자주 같은 단어로 돌아옵니다. “듣기.”
현악 앙상블의 연주는 혼자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옆에 앉은 동료의 활이 어디로 향하는지, 다음 마디에서 누가 멜로디를 받을지, 그 마디에서 비올라의 색이 어떻게 더해지는지를 — 연주하면서 동시에 들어야 비로소 한 호흡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팀이 가장 오래 들이는 시간은 음 하나를 더 빨리 내는 연습이 아니라, 다른 멤버의 소리를 길게 듣는 연습이에요.
이 듣기는 무대 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비올타운은 공간을 먼저 듣고 편성을 정합니다. 살롱 콘서트 같은 작은 자리에선 현악 트리오가 어울리고, 기관 초청 연주처럼 넓은 자리엔 현악 사중주가 더 어울려요. 사연을 먼저 듣고 곡을 짭니다. 맞춤형 사연 음악회는 신청자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시작하는 무대입니다. 청중의 표정을 듣고 다음 곡의 속도를 조금 바꾸기도 합니다. 듣지 않는 연주는, 우리에게 연주가 아닙니다.
체임버 앙상블 그룹 비올타운이 가장 오래 하는 일은 그래서 듣는 일입니다. 한 번의 좋은 무대를 위해, 우리 멤버끼리 듣는 시간과 청중·공간을 듣는 시간을 모두 함께 쌓아가요.
여러분의 한 주에도 다정하게 귀 기울여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오늘도 연습실에 모입니다. ✨